책.벌.레

어떤 이미지인가요?

열심히 공부하는 우등생이 생각납니다. 하지만 그 우등생과는 다르게 책벌레는 아래의 사진에 나오는 녀석이 원조입니다.

이 녀석이 책벌레로 불리는 먼지다듬이입니다. 자세히 보면 먼지같은 것들이 움직입니다. 보통 종이류에 돌아다닙니다. 이게 뭐지 먼지인가? 하면서 자세히 보면 실체는 잘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점은 움직인다는 거. 그래서 벌레임을 알 수 있습니다. 그러면서 머리가 혼란스럽죠. 한마리가 아니네?

 





소형 개미같이 보입니다. 이것들은 뭘 먹고 살지?. 곰팡이류를 먹는다고 합니다. 그러니까 종이류가 축축해지고 곰팡이도 조금 생길 수 있고 그러면 이 녀석들은 그걸 먹는다는데... 참 세상에 먹을게 많네요. 암세포도 생명이라는데 너희는 분명한 생명이 맞는데 왜인지 나랑 공존하기는 싫구나. 슬픈 일이지만 죽여야 할 것 같은데...

 

미안해. 아무래도 죽여야 할 것 같아. 이 녀석이 사람을 물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뭔가 찜찜한 것 사실입니다. 그리고 이 녀석의 분비물이 알러지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하니 퇴치를 해야겠죠.

 

지금 이 녀석이 걸어다니고 있는 곳은 오래된 종이 박스입니다. 오래된 종이류에서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. 종이가 올때 같이 따라들어온 것인지, 베란다에 물구멍으로 들어온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, 베란다에서 이 녀석을 발견한 이후 집에 있는 오래된 책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... 다른 책에도 있네요. 충격과 공포가 밀려옵니다.

 

우선 할 수 있는 방법은 이 녀석을 죽여야하는데... 농약을 치기로 합니다. 식물 진드기를 죽이기 위해 사두었던 비오킬 분무기로 죽였습니다. 하지만 비오킬은 쉽게 말해 농약(살충제)라서 가정에 쏘기가 찜찜합니다. 농약 성분이 마르면서 공기 중으로 떠다닐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. 그리고 베란다는 그렇다 치고 방 안의 책에다 뿌리기는 더 찜찜합니다.

 

- 우선 베란다의 종이박스는 다 버렸습니다.

- 플라스틱 박스를 사서 대체했습니다.

- 내부에 담아뒀던 내용물에는 비오킬을 분무했습니다.

- 더이상 박스 근처에서는 출몰하지는 않는 듯 합니다.





너희와 공존해야하는데, 다 죽인 것 같아 미안해.

광야를 헤매는 탐험가 같이 보이는 먼지다듬이 1마리입니다. 너는 어쩌다 여기에 왔니. 어쩌다 여기에 태어났니.

더 확신을 피하기 위해 벌레들이 싫어한다는 계피향 분무기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. 통 계피를 주문했습니다.

옹 이게 계피군요. 나무 껍질이 큼지막하네요. 별로 비싸지도 않고.





물을 끓여서 계피향을 추출해보려고 합니다. 분무기와 담아놓은 유리병도 준비했습니다.

분무기를 잘못사서 생각보다 작네요;; 인터넷 쇼핑을 할 때는 사이즈에 유의해야겠습니다.





계피를 물에 넣고 장기가 끓여줍니다. 향수를 만들듯 알코올에 넣고 녹여내는 방법도 있지만 그냥 물로 끓이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.

오랫동안 끓인 후 유리병에 담아뒀습니다. 색이 진하네요.

분무기에도 담았습니다. 집안에 계피향이 가득하네요. 부디 벌레들이 싫어하길. 화분에도 뿌리고, 일반쓰레기에도 뿌리고 재활용에도 뿌리고 막 뿌려봅니다. 사실 이것 때문에 벌레들이 오지 않는지 비교실험을 해보지는 않아서 모르겠습니다만 효과가 있으리가 믿어봅니다.





마지막으로 진실을 한가지 적어두려고 합니다. 먼지다듬이, 책벌레에게 계피액을 뿌려본 결과!!! 꼬물꼬물 잘 돌아다니고 물이 마르니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네요. 죽일 수 없음은 확실해보이고, 이 냄새를 기피하는지는 검증하지 못했습니다. 하지만 효과가 있다는 글이 있어서 시도해본 후기를 적어봅니다. 여튼 계피를 주기적으로 열심히 뿌린 후 아직 먼지다듬이를 발견하지는 못했지만, 이게 박스를 버려서 그런 것인지, 계피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. 기념으로 브로콜리 너마저 계피 노래를 들어볼까 합니다.